전세나 월세로 살다 보면 한 번쯤 집 안의 시설이 고장나는 일이 생깁니다. 갑자기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거나 수도에서 물이 새기도 하고, 도어락이나 싱크대 같은 시설에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때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로 임대차 중개를 하다 보면 계약할 때보다 오히려 입주 후 수리 문제 때문에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난감해지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됩니다.
집주인은 “사용하다 고장 났으니 세입자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세입자는 “내 집이 아닌데 왜 내가 수리비를 내야 하느냐”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고장을 한쪽이 부담한다고 단순하게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시설이 왜 고장 났는지, 계약 당시 상태는 어땠는지, 임대차계약서에는 어떻게 정했는지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보일러가 고장 나면 무조건 집주인이 고칠까?
겨울철 임대차에서 가장 민감한 시설 중 하나가 보일러입니다. 오랫동안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보일러가 노후되어 작동하지 않는다면 임차인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민법상 임대인은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임차인의 잘못이 아닌 시설의 노후나 자연적인 고장이라면 임대인이 수선해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반대로 임차인이 시설을 잘못 사용하거나 고의 또는 과실로 파손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노후·자연적인 고장인지, 임차인의 고의·과실로 인한 파손인지 원인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전등이나 수도꼭지 같은 작은 수리는 어떻게 할까?
임대차 생활에서는 보일러처럼 큰 수리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구가 나가거나 샤워기 헤드가 망가지고, 수도꼭지의 작은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 것처럼 비교적 사소한 문제가 더 자주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시설의 종류와 수리 규모, 고장 원인, 계약 내용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소모성 부품이나 일상적인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미한 수선은 임차인이 처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주택 자체의 주요 설비나 노후로 인해 발생한 큰 수선은 임대인이 부담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 고장 사례 | 우선 확인할 사항 |
|---|---|
| 보일러 | 노후 여부와 고장 원인 |
| 수도 누수 | 배관 문제인지 사용상 과실인지 |
| 전구·소모품 | 일반적인 소모인지 |
| 도어락 | 자연 고장인지 파손인지 |
| 옵션 가전 | 계약 당시 포함 시설인지와 고장 원인 |
3. 옵션으로 제공된 에어컨·냉장고가 고장 났다면?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중개하다 보면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이 옵션으로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계약 당시부터 임대 목적물의 시설로 제공된 것인지, 단순히 이전 사용자가 두고 간 물건인지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계약 당시 정상 작동하는 에어컨이 옵션으로 포함되어 있었는데 임차인의 과실 없이 노후로 고장 났다면 수리 문제를 임대인과 협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임차인의 부주의로 시설을 파손했다면 임차인에게 책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원래 방에 있었어요”라는 말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 옵션 시설은 입주 전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계약서나 특약에 관련 내용을 명확하게 남겨두면 이후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4. 수리비 분쟁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
중개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수리 문제가 발생한 뒤 누가 옳은지를 따지는 것보다 계약할 때 기준을 명확하게 정해두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입주하기 전에는 보일러, 수도, 전기, 도어락과 옵션 가전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주택 상태를 남겨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입주 후 고장이 발생했다면 임차인이 임의로 고가의 수리를 먼저 진행하기보다 특별히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집주인에게 먼저 알리고 수리 방법과 비용 부담을 협의하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시설의 노후 정도와 고장 원인, 임차인의 과실 여부, 계약 당시 상태와 특약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계약 단계에서 시설 상태와 수선에 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두는 것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가장 좋은 예방법입니다.
※ 실제 수선 책임은 개별 계약 내용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